크리스마스와 솔 인빅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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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솔 인빅투스

Ni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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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kwangmin님. 지난번의 문의 답변 주신것 감사합니다.
저번에 문의 드리고 다시 글을 복습하는데 제가 문의드린 그 내용이 적혀있어서 깜짝 놀랐네요 ^^
이번에 다시 질문글을 올리게 된건 다름이 아니라 심심할때마다 kwangmin님의 글을 다시 읽어보는데 그러다 몇몇가지 의문점이 생겨서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도저히 제 수준으로는 알아내지 못해서 kwangmin님께 재차 문의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분야로는 kwangmin님만큼 잘아시는 분이 없는것같아서.....

1. 아우렐리아누스가 ad274년에 솔인빅투스에게 신전을 헌정하고 매 4년마다 축제를 바치도록 했다는 기록의 출처를 알수 있을까요? 나름대로 검색한답시고 영어로까지 검색해봤는데 원 출처까지 적어놓은 경우가 없네요. 죄다 그냥 저렇게 서술만 해놔서리....

2. 초기 기독교 서방교회에서 부활절을 3월 25일로 생각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유월절 날짜를 그대로 치환한다고해도 3월 25일로 딱 되지 않던데 일부러 날짜 차이 무시하고 춘분에 맞춘건가요? 세례요한과 6개월차 잉태를 근거로 했다고 해도 세례요한은 9월 23일인데 이틀이 차이나는게 좀 납득이 안가네요.

3. 초대 교회들이 예수의 생일로 지정했던 날짜들중 파촌 25일이나 파르무티 25일같은 날짜들은 그 산출근거가 알려지지 않은건가요? 12월 25일과 1월 6일은 산출근거가 나와있는데 이런 날짜들의 산출근거는 찾을수가 없네요.

4. 이란의 절기인 샵에얄다(Shab-e Yalda)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일단 내용들이 다 지들끼리 여기저기서 퍼와대는것같은데 시리아어 사전 뒤져보니 얄다의 의미가 생일, 탄생인건 확실한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샵에얄다가 누군가의 생일로 인식되고 경배받았다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요? (그게 미트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면 저 탄생이란 뜻이 누군가의 탄생이라거나 하는 특정대상을 가리키는게 아니라 빛의 탄생이나 불, 성스러움 이런 추상적 대상의 탄생을 가리키는 말일까요? 그리고 혹시 샵에얄다가 미트라의 생일로 인식되지 않았다는걸 보여주는 고대사료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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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여러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choin
Administ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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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에 근거해서만 제한적으로 답을 드려볼까 합니다.

1. 아우렐리아누스가 ad274년에 솔인빅투스에게 신전을 헌정하고 매 4년마다 축제를 바치도록 했다는 기록의 출처를 알수 있을까요? 나름대로 검색한답시고 영어로까지 검색해봤는데 원 출처까지 적어놓은 경우가 없네요. 죄다 그냥 저렇게 서술만 해놔서리....

---> 우선 알아두실 것은, 아우렐리아누스가 솔에게 신전을 헌정한 날이 동지라는 것은 사료의 뒷받침이 없는 추론이란 점입니다. 이유는 제 포스팅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역사가들은 이 추론의 헛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일반대중은 그와 정반대로 알고 있죠.

로마 축제 중에 많은 것들이 그리스의 축제를 도입/변형한 것들입니다. 동지 무렵의 사투르날리아나 그 무렵의 시그날리아 축제의 풍습이 그런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아우렐리아누스가 솔에게 헌정한 축제/경기가 바로 '아곤'이라는 형식의 축제로 원래 그리스에서는 일종의 경쟁으로 자웅을 가리는 축제들이었고, 아우렐리아누스 시대 전에도 이 형식의 축제가 로마에 도입된 적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아우렐리아누스가 솔에게 헌정한 축제/경기는 4년마다 열렸다"라고 명시하는 사료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그리스발 아곤축제에 대해 이해하면 그 결론이 나옵니다. 아곤 축제라는 것이 4년 마다 열린 것이고  아우렐리아누스가 헌정한 그 축제의 이름이 바로 "아곤 솔리스"니까요. 그리스에서 4년마다 열리던 또 다른 축제인 올림피아드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제가 정리해 놓은 사료 두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우선 {크로니카 미노라 I}의 354년 연표입니다.

Chronographia anni 354  (354년 연표)
Chronica Minora I, ed. T. Mommsen, Berlin 1892, p. 148; = Frick p.120

Aurelianus imp(eravit) ann(os) V m(enses) IIII d(ies) XX.  Hic muro Urbem cinxit, templum Solis et castra in campo Agripp(a)e dedicavit, genium populi Romani aureum in rostra posuit ... Agonem Solis instituit (Aurelianus).

Aurelian reigned 5 years, 4 months and 20 days.  He surrounded the City with a wall, dedicated a temple of the Sun and a fortress in the campus of Agrippa, he set up the genius of the Roman people in gold in the rostra... he instituted games of the Sun. (Attempt by me). --- Chronica Minora I, ed. T. Mommsen, Berlin 1892, p. 148; = Frick p.120

아우렐리아누스 황제는 5년 4개월 20일 동안 다스렸다. 그는 로마 주위에 성벽을 쌓고, 태양에게 바치는 신전을 봉헌했으며, 아그리파의 캄푸스에 요새를 건립했다......(중략) 그는 "아곤 솔리스"를 제정했다.



[2] 두번째는 라틴어 {불가타} 성서의 번역자로도 유명한 히에로니무스의 {크로니콘}입니다. 역시 연표입니다.

Hieronymus (347-420 AD).  Chronicon.

305 b. (2291 AA, 275 AD)
Primus agon Solis ab Aureliano constitutus.
The first games of the sun established by Aurelian.
첫 아곤 솔리스는 아우렐라이누스 황제에 의해 제정되었다
.

그러니까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아우렐리아누스가 헌정한 "축제의 이름"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2. 초기 기독교 서방교회에서 부활절을 3월 25일로 생각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유월절 날짜를 그대로 치환한다고해도 3월 25일로 딱 되지 않던데 일부러 날짜 차이 무시하고 춘분에 맞춘건가요? 세례요한과 6개월차 잉태를 근거로 했다고 해도 세례요한은 9월 23일인데 이틀이 차이나는게 좀 납득이 안가네요.

---> 아마도 아시겠지만, 유대인의 유월절과 현재 기독교의 부활절은 역법과 계산법의 차이로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AD 4세기 초반의 니케아 회의에서 결정된 바대로 기독교도들의 부활절은 "춘분 후 첫 만월 직후의 일요일"입니다. 태음력인 히브리력의 유월절은 니산14일로 태양력에 1:1 대응이 되지 않습니다. 니산14일은 춘분 무렵에 시작되는 달의 보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태양력 3-4월에서 오락가락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예수는 유월절, 즉 니산14일 직전에 처형당합니다. 그런데 예수가 처형당한 것으로 여져지는 AD 30경의 유월절을 율리우스력으로 환산하면 대략 3월 25일에 걸치게 됩니다.

그런데 AD 221년에 섹스투스 율리우스 아프리카누스는 연대기 {Chronographai}에 예수가 봄철의 첫날 (3월 25일)에 수태되었다고 (즉, 가브리엘에 의해 수태고지 되었다고) 적습니다. 아울러 그는 이날이 천지창조가 있었던 날이라고 주장하죠. 아프리카누스는 예수가 AD 30/31년에 처형당한 것으로 계산했는데, 그해 유월절은 율리우스력 3월 23일이고, 부활일은 3월 25일이 됩니다. 이런 설명은 AD 2세기 말 북 아프리카 교부인 테르툴리아누스에게서도 등장합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누스가 이 주장을 불쑥 꺼낸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미 AD 2세기 중반부터는 서방 라틴교회들에 이런 전통이 퍼져있었단 뜻이 될 것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 3월 25일 수태고지 기념일은 서방과 동방교회 모두에서 고정일이란 점입니다. 그러니까 양력 3월 25일은 천지가 창조되고, 예수가 수태되고, 부활한 날이란 설명이 되겠죠. 다소 작위적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것이 당시 교부들의 설명이었습니다.



3. 초대 교회들이 예수의 생일로 지정했던 날짜들중 파촌 25일이나 파르무티 25일같은 날짜들은 그 산출근거가 알려지지 않은건가요? 12월 25일과 1월 6일은 산출근거가 나와있는데 이런 날짜들의 산출근거는 찾을수가 없네요.

--->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가 그냥 날짜만 제시했으니 기원이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노시스 이단인 바실리데스파의 Tybi 11일은 아마도 어떤 종교적 근거가 있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라미스의 에피파니우스에 따르면 Tybi 11일은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시간의 신 아이온의 탄생일로 기념되었습니다. 이날 (율리우스 1월 6일)은 동방에서는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되었습니다.  제 생각엔 예수의 탄생일은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있던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전승된 전통이 지역적인 역법과 복잡하게 얽히면서 클레멘스의 시대에 무렵까지 여러 형태가 발생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후대의 설명에 따르면, 로마에 센서스 기록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고대 교회가 로마주교를 통해 로마문서고에 확인한 후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최정확정했다고 하죠. AD 2세기 말의 테르툴리아누스가 그의 {변증}에서, 로마문서보관소에 호적기록이 남아있으니 찾아보라고 말합니다. 로마문서고의 기록은 현재 남아있지 않습니다.


4. 이란의 절기인 샵에얄다(Shab-e Yalda)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일단 내용들이 다 지들끼리 여기저기서 퍼와대는것같은데 시리아어 사전 뒤져보니 얄다의 의미가 생일, 탄생인건 확실한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샵에얄다가 누군가의 생일로 인식되고 경배받았다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요? (그게 미트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면 저 탄생이란 뜻이 누군가의 탄생이라거나 하는 특정대상을 가리키는게 아니라 빛의 탄생이나 불, 성스러움 이런 추상적 대상의 탄생을 가리키는 말일까요? 그리고 혹시 샵에얄다가 미트라의 생일로 인식되지 않았다는걸 보여주는 고대사료가 있나요?

---> 만약 그 날이 "미트라의 생일"로 특정되어 조로아스터교도들에게 여겨졌다면 AD 1-3세기 사이의 조로아스터교의 기록을 찾아보면 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무렵의 기록은 잘 남아있지 않습니다. 파르티아 - 사산조 페르시아 시대의 조로아스터교에 대한 자료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꽤 적습니다.

예수 vs. 미트라/미트라스 #3편 (일요일은 미트라/미트라스의 날인가?)에 예전에 간략하게 적었는데, 안보셨으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중간 쯤에 나와있습니다. http://kwangmin.blogspot.com/2011/09/vs_7724.html 

"샵에얄다가 미트라의 생일로 인식되지 않았다는걸 보여주는 고대사료"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얄다축제는 미트라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적은 AD1-5세기의 기록은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예수만 12월 25일에 태어났다" 혹은 "12월 25일은 예수 만의 탄생기념일이었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닐까요? 포인트는  어떤 쪽이 다른 쪽을 정말 베낀 것인지 아니면 역사적으로 독립적인 것인지를 자료에 근거해 살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충분치는 않지만 답변이 되었길 바랍니다.

최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