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 목차의 글과는 상관 없는 질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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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 목차의 글과는 상관 없는 질문이지만

huebliss
그 주제가 비교종교/신화이기에 질문을 드려봅니다.
판타지 라이브러리 여신 책에 의하면 릴리스(lilith)는 숭배받았다, 그 원형은 여신이다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외자료를 찾아도, 릴리스를 여신으로 숭배하는 건 현 시대의 네오-페이건(?) 부류들 뿐입니다. 그러한 주장을 하는 자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하다 못해 그 원형이라는 베리티리(베리아)는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키피디아 등, 해외 자료를 찾아봐도 그런 이름의 여신은 찾지를 못하겠습니다.
레인트라는 여신은 아마 leinth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여신도 단지 죽음의 여신으로만 묘사되어있을 뿐입니다.
릴리의 어원이라고 주장하는건 민간어원설 같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내용이고요.
릴리스와 홍해와의 연관성은 기껏해봐야 성경의 외전격인 릴리스 자체 이야기에서만 나옵니다. 과연 홍해가 피를 요구하는 바다라고 믿어졌는지도 찾을 수가 없고요.
그래서 이런 분야에 상당한 지식을 가진 초인님께 여쭈어봅니다.
과연 릴리스가 여신으로서 숭배를 받았을까요?

http://terms.naver.com/entry.nhn?cid=98&docId=1668800&mobile&categoryId=107
그 관련 링크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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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이건 이 목차의 글과는 상관 없는 질문이지만

choin
Administ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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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하시는대로, 릴리스/트에 대한 이런저런 대중적인 이야기들은 19세기 유럽의 낭만주의자들과 현대의 마녀운동 (Wicca)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이라 보시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이 "전설"은 계속해서 진화해가는 중이고, 최근에는 소위 마녀/여성운동 계열에서 널리 유포시켜 왔습니다.

2.

물론 릴리스/트에 대한 근거자료는 있습니다만, 유대인의 전설의 경우 AD 5세기 이후에나 등장하고 그나마도 현대에 유행하는 식의 이야기와도 별로 비슷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유대인들에게 릴리스/트는 밤요괴 (~수쿠부스) 혹은 신생아 (남자아이는 출생후 8일 동안, 여자아이는 12일 동안) 들을 병들게 하는 그런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3.

가장 오래된 자료라면 {길가메쉬와 훌루푸 나무}라는 설화로서 {길가메쉬 서사시}의 원래 파트는 아니고 훨씬 후대에 기록입니다. 사실 여기서 릴리스/트는 '키시킬릴라케'라고 불리지만 20세기 초반 수메르 연구자인 크레이머가 그냥 이 요괴를 '릴리스'로 번역하면서 오해가 증폭되었습니다. 이 '릴리스/트'는 수메르 여신 이난나의 정원에 심겨진 버드나무에 붙어사는 요괴입니다. 원래 이 버드나무는 이난나가 자기 옥좌를 만들려고 심은 것이었는데, 그 밑둥에는 뱀이, 중간에는 릴리스가, 위에는 '쥬'라는 새가 깃들면서 접근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이걸 길가메쉬가 쫓아냈다는것이 이야기의 요지죠.  그나저나 이 모티프가 선악과 이야기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글쎄요?).

아울러 수메르/아카드 주문 등에 등장하는 릴리/릴리투와 항간에 떠도는 릴리스/트 전설과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4.

어떻게 영어 '릴리'가 아카드어나 가나안어의 릴루 등이 되었는지는 도무지 설명할 도리가 없네요. 릴리는 라틴어 릴리움에서 왔고, 이 단어는 다시 그리스어 레리리온 (λείριον)에서 왔습니다. 이 단어는 '흰 백합'을 지칭하고 색이 있는 백합을 그리스인들은 다른 단어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그리스 단어는 다시 꽃을 뜻하는 이집트어 (추정음) '레리'에서 왔다고 여겨집니다.
 
5.

홍해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그냥 무시하셔도 될 듯 합니다.


草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