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라스교의 속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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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라스교의 속죄의식

별의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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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정도만에 방문자 포럼에 댓글을 답니다.
저에게 답변해 주신 걸 블로그에도 정리해 주셨더라고요.
비슷한 주제로 고민하던 사람들이라면, 많은 도움을 얻겠네요.
논문 수준으로 출처도 자세하게 게시글을 올려주시는데, 감사합니다 ㅎㅎ

제가 여기 이렇게 댓글을 달게 된 이유는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87455&cid=50766&categoryId=50797
이 링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제가 위의 링크 내용 반박을 부탁드리려고 했는데요.
최강민님 블로그를 보니 이미 비슷한 주장이 제대로 반박되어 있더라고요.
읽으면서 솔직히 그 책을 쓴 사람에 대한 화가 나더라고요.

아예 틀린 주장을 하거나 실체가 없는 주장을 하거나 멋대로 끼워맞추는 등.
박사 과정을 밟는 중이라는 사람이 맥락을 전부 잘라버리고 주장을 할 줄이야....!
하긴, 대다수의 학자들에게 외면받는 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에도 박사 학위 받은 학자들이 꽤나 있겠죠.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전공자, 학위를 딴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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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별의내공
http://kwangmin.blogspot.kr/2012/11/vs-1.html
님푸스 단계의 정화 의례는 속죄 의식이 아니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정화 의례는 속죄 의식과 다른 건가요? 어떤 부분이 다르게 되는 건가요?
그냥 여전히 마음이 더러운 상태인데 정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이런 의문이 들어서요.
몸만 정결하게 하는데 그걸 정화 의례라고 했던 걸까요.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85733&cid=43085&categoryId=43085
미트라교에서 좀 더 찾아본 결과 일단 속죄 의식이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이 미트라교의 속죄 의식에 대해 아시는 게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용을 보면, 로마에 퍼지면서 변질된 부분도 있지만, 원래부터 속죄 의식이 있던 걸로 보이거든요.

http://kwangmin.blogspot.kr/2011/09/vs_7724.html 
'미트라는 "계약"의 신이고, 그 자체로 태양신은 아니며, 빛이나 태양에 비유되고는 했다.'와
위의 링크의 '동방에서는 언제나 태양과 동일시되는 미트라스' 와 동일한 의미라도 봐도 될까요?
'언제나'라는 부분이 없었다면, 초기에는 아니지만 이후에 동일시 여겼다고 생각하려고 했거든요.
뭐, 그래도 '동일시' 여겨진 거랑 그 자체로 태양신인 건 다른 거겠죠. 아마도요...?

아무튼, 이 부분에 대해 알려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몇년만에 와서 기나긴 질문을 남겨서 죄송해요. 그래도 덕분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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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오랜만입니다!

ch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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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reply to this post by 별의내공
제가 여기 이렇게 댓글을 달게 된 이유는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87455&cid=50766&categoryId=50797
이 링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제가 위의 링크 내용 반박을 부탁드리려고 했는데요.
최강민님 블로그를 보니 이미 비슷한 주장이 제대로 반박되어 있더라고요.
읽으면서 솔직히 그 책을 쓴 사람에 대한 화가 나더라고요.

아예 틀린 주장을 하거나 실체가 없는 주장을 하거나 멋대로 끼워맞추는 등.
박사 과정을 밟는 중이라는 사람이 맥락을 전부 잘라버리고 주장을 할 줄이야....!
하긴, 대다수의 학자들에게 외면받는 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에도 박사 학위 받은 학자들이 꽤나 있겠죠.





[답]

경전을 중심으로 성립된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등과 달리, 많은 고대 지중해권의 종교들은 경전에 바탕하지 않거나 혹은 있더라도 정확한 나레이션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미트라교도 마찬가지인데, 문건으로 남아있는 원래 내용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미트라스교 입문자 몇몇 (가령, 신 플라톤주의자 포르피우스)나 몇몇 기독교 교부들 (가령, 테르툴리아누스)이 남긴 진술들이나, 혹은 유물들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링크해 주신 블로그가 진술하는 식으로 하나의 나레이션으로 만들려면 엄청난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이 과정에서 많은 추측이 삽입됩니다. 그래서 미트라스에 관련된 나레이션을 읽을 때는 어떤 부분이 남아있는 자료에 근거한 것이고, 어떤 부분이 추론/추측에 의해서 메꿔진 것인지 주의해가면서 읽어야 합니다.  위 블로그는 대체로 프란쯔 쿠몬의 재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미트라스 초기 연구자인 프란쯔 쿠몬은 미트라스교가 페르시아의 미트라 신앙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는 이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쿠몬 사후에 말이죠)

원자료를 찾아 확인하지 않고 누군가 재구성한 나레이션만 읽게될 때의 문제는 상고사 관련 책들이나, 특별히 통속적인 비교신화/종교 저작물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전공자, 학위를 딴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답] 

결국 판단은 각자가 하는 것이겠죠. 중요한 것은 사실과 추론을 나눠서 볼 수 있는 눈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의 적시부터 문제가 있다면 그로부터 유도되는 추론은 아무지 장대한 스케일을 제시한들 결국 사상누각 혹은 판타지일 뿐입니다.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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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다만,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ch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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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wangmin.blogspot.kr/2012/11/vs-1.html
님푸스 단계의 정화 의례는 속죄 의식이 아니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정화 의례는 속죄 의식과 다른 건가요? 어떤 부분이 다르게 되는 건가요?
그냥 여전히 마음이 더러운 상태인데 정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이런 의문이 들어서요.
몸만 정결하게 하는데 그걸 정화 의례라고 했던 걸까요.


[답]

보통 이런 것은 "의례적 정화행위"라고 하는 것인데요, 많은 종교들에서 어떤 의례에 앞서, 혹은 어떤 입문에 앞서 몸을 씻은 행위가 발견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트라스교 입문자인 철학자 포르피리우스는 이집트 신관들이 하루 세번 물로 몸을 씻은 걸 보고했고, 또 유대교의 몇몇 종파 (엣세나, 테라퓨테스, 바리새파)에서도 정화를 위해 물로 몸을 씻는 의례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일회적이 아니라 여러 차례 필요에 따라 행해시는 정화의식입니다.

이건 정화의식입니다. 꼭 속죄를 수반할 필요가 없습니다. 속죄란 그 정의상 죄를 고백하고 다짐하는 것이며, 기독교에서의 속죄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는 세례/침례로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회적이며, 앞에서 언급한 종교들에서 발견되는 "의례적 정화행위"와는 다르다고 보셔야 합니다.

미트라스 입문 제 2단계는 물의 님페를 상징하는 "님푸스"입니다. 물과의 연관은 이 단계에 있지만, 이것이 정화와 관계있는지, 입문 (종종 "결혼"으로 상징되는)과 관계된 것인지 논란이 있습니다. 왜 "결혼"이냐고요? 디오니소스 신화 등등에서 물의 님페는 디오니소스 결혼식에서 노래를 합니다. 고대 비의종교 (그노시스를 포함)의 입문은 종종 "결혼"으로 표상되었집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85733&cid=43085&categoryId=43085
미트라교에서 좀 더 찾아본 결과 일단 속죄 의식이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이 미트라교의 속죄 의식에 대해 아시는 게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용을 보면, 로마에 퍼지면서 변질된 부분도 있지만, 원래부터 속죄 의식이 있던 걸로 보이거든요.


[답]

링크해 주신 블로그는 마치 모든 미트라스교 신자들이 "신도가 미트라에 입교한 후에 7단계의 입교 의식을 치르고, 마지막에는 죽음에서 새로운 부활을 선포하는 의식에서 성수를 뿌려 세례를 행함으로써 미트라교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라고 적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모든 신자가 7단계를 다 거치는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은 낮은 단계에서 머물렀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많은 당시 비의종교들도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새 프리메이슨이나 싸이언톨로지도 비슷한 위계구조를 가지고 있죠. 미트라스교의 7단계의 끝은 그들의 최고신관인 "파테르" 단계입니다. 입문자들이 이걸 다 거친다느게 아닙니다. 7단계를 다 거쳐야 세례를 받으면, 미트라스교에서 "미트라스교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람은 "파테르"급 신관 밖에 없겠죠.

아래 끝부분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http://kwangmin.blogspot.com/2011/09/vs_7724.html

아울러 여기 적은 바대로

http://kwangmin.blogspot.com/2012/11/vs-1.html

꿀을 손에 붓는 정화의식은 제 4단계 레오/사자 단계의 일입니다. (적어도 미트라스교 입문자 포르피리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미트라스교에서는 정화능력에 있어 꿀이 늘 물 보다 상위에 있습니다. 레오 단계부터 위부터는 물이 타부시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7단계를 마치고 물로 세례를 받는다니요.

포르피리우스는 낮은 세 등급에 속하는 신자를 "참석자 atendants", 그리고 레오부터의 상급 4단계 입문자들을 "참가자 participants로 구분합니다. 그래서 후자 4등급에 속하는 신자 만이 (마치 세례받은 자만 성찬식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 기독교 처럼) 미트라스교의 핵심 예전 (가령, 만찬)에 참석할 자격이 있었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레오 등급 입문에서 손에 꿀을 붓는 의례가 기독교의 세례에 비견되겠죠?

쿠몬은 당시 그리스의 비의종교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비의종교에 황소 피를 뒤짚어 쓰는 "피의 세례"의식인 "타우로폴리온" 혹은 "타우로볼리온"이 마즈다교의 영향으로 미트라교에 도입되어 그 유명한 미트라스의 황소살해와 미트라스-솔의 연회의 모티프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비의종교들에서 이 행위는 "속죄"가 아닙니다. 이것은 그 신과, 혹은 그 종교의 비의에 동참한다는 뜻을 가진 것이며, 특별히 우주적인 모티프를 가지는 미트라스교에서는 "우주적 질서"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http://kwangmin.blogspot.kr/2011/09/vs_7724.html 
'미트라는 "계약"의 신이고, 그 자체로 태양신은 아니며, 빛이나 태양에 비유되고는 했다.'와
위의 링크의 '동방에서는 언제나 태양과 동일시되는 미트라스' 와 동일한 의미라도 봐도 될까요?
'언제나'라는 부분이 없었다면, 초기에는 아니지만 이후에 동일시 여겼다고 생각하려고 했거든요.
뭐, 그래도 '동일시' 여겨진 거랑 그 자체로 태양신인 건 다른 거겠죠. 아마도요...?



[답]

 고대종교에서 신의 본체와 그 속성은 늘 나란히 가는게 아닙니다. 가령, 그리스/로마의 아폴론/아폴로가 태양신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리스/로마의 태양신은 각각 헬리오스/솔 입니다. 헬리오스/솔의 속성을 아폴론/아폴로가 아울러 취한 것이죠. 비슷한 과정에 따라 미트라스 + 솔 = 솔 인빅투스가 로마에서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 글 제 1부에서 꽤 자세하게 적었습니다.

http://kwangmin.blogspot.com/2015/07/vs-11.html

그리고 여기도 한번 보시고요

http://kwangmin.blogspot.kr/2011/09/vs-12.html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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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중에 조금 이상한 내용이 있어요.

별의내공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87455&cid=50766&categoryId=50797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85733&cid=43085&categoryId=43085

이 두 링크는 모두 다른 분이 쓰신 거고, 블로그 글이 아닙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라고 두산백과나 그 외 서적 출판사와 계약해 그 내용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앞부분 링크가 비슷하지만, 직접 들어가서 읽어보면 다른 사람의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아실 겁니다.

첫번째 링크의 '미트라교와 기독교의 의례' 부분은 자세하게 반박해 주셨다고 생각하지만,
두번째는 첫번째와 달리 '입문 의례'와 '속죄 의식'을 구분하고 있어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는 거 같아 말씀드렸습니다.
위의 링크들 들어가면 목록에 저자소개도 있는데, 2번째 링크는 저자가 교수여서 불안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쿠몬이라는 학자가 '미트라스 - 솔의 연회' 의식을 '속죄 의식'이라고 주장한 건가요?
문제의 링크에서 '속죄 의식'이라고만 말하고 있는 이상 '연회'를 '속죄 의식'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는게 맞겠죠.
맞다면, 황소 살해를 기념 의식은 '세상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희생 제물'이란 의미가 전혀 아니니 이미 반박한 거군요.

http://kwangmin.blogspot.kr/2011/09/vs_7724.html 밑부분

'사실, 역사학자들은 ~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대목을 뒷받침하는 출처(서적, 논문 등)를 알려주세요.
남은 미트라교 문헌이 거의 없는 건 알지만, 해당 종교의 여러 버전을 구분할 방법도 제대로 정립이 안된건 몰랐거든요.
인터넷에 사실인 것 마냥 널리 퍼져 있는 것 치고는 그 기초부터 제대로 안 된 수준이라는 건 다소 충격적입니다.

'현대 고고학은 로마식 미트라스교의 유물들은 모두 서기 1세기 중/후반 이후의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이건 아예 처음 들어보는 사실이라 자세하게 알려주실 수 있나요? 참고하신 문헌을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쿠몬의 가설이 사후 격렬하게 비판받았다는 부분 역시도요.

주인장님의 말을 못 믿겠다는게 아니라, 확실하지 않으면 계속 머릿속에 의문이 떠오르는 성격이라서 그래요.
무례하게 느껴지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답변해 주신 덕분에 어느 정도 머리가 정리 되었기에 감사드려요.
30일날 댓글을 달았지만, 몇시간만에 답변이 올 것이라 생각을 못해서 이제 들어왔는데 벌써 답변해 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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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답변 중에 조금 이상한 내용이 있어요.

ch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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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85733&cid=43085&categoryId=43085

이 두 링크는 모두 다른 분이 쓰신 거고, 블로그 글이 아닙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라고 두산백과나 그 외 서적 출판사와 계약해 그 내용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앞부분 링크가 비슷하지만, 직접 들어가서 읽어보면 다른 사람의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아실 겁니다.


[답]

알고 있습니다.

첫번째 링크의 '미트라교와 기독교의 의례' 부분은 자세하게 반박해 주셨다고 생각하지만,
두번째는 첫번째와 달리 '입문 의례'와 '속죄 의식'을 구분하고 있어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는 거 같아 말씀드렸습니다.
위의 링크들 들어가면 목록에 저자소개도 있는데, 2번째 링크는 저자가 교수여서 불안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답]

그 글 자체가 크게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미트라스 "신화"와 관련된 나레이션이 "추론"이란 것입니다. 그 내용은 문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 및 동유럽 등지의 미트라스교 유물 (주로 부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내용입니다. 가령, 이미 제가 언급한 부조 같은 것이죠.

http://kwangmin.blogspot.com/2011/12/vs-5.html

저 백과사전의 설명은 Cumont ~ Vermaseren의 재구성을 따릅니다. 아울러 쿠몬의 제자였던 Vermaseren은 1975년  쿠몬의 미트라스교 페르시아 기원설을 공식적으로 철회했고, 이미 1971년엔 미트라스교 국제 학술 컨퍼런스에서 이미 쿠몬의 이 가설과 몇가지 주장이 기각되었습니다.

아울러 "속죄"의 종교라고 미트라스교를 묘사한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쿠몬이라는 학자가 '미트라스 - 솔의 연회' 의식을 '속죄 의식'이라고 주장한 건가요?
문제의 링크에서 '속죄 의식'이라고만 말하고 있는 이상 '연회'를 '속죄 의식'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는게 맞겠죠.
맞다면, 황소 살해를 기념 의식은 '세상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희생 제물'이란 의미가 전혀 아니니 이미 반박한 거군요.


[답]

미트라스/솔 연회나 혹은 아르테미스 제전의 "피의 세례" 모두 속죄와 관계있지 않습니다. 미트라스교의 속죄/정화의식은 말씀드린대로 제 4단계 입문자들이 하는 "손에 꿀을 붓은 정화의식"입니다. 이때 입문자들은 앞으로 자신을 더러운 것들로부터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이게 기독교식 "속죄"일까요?

어느 종교나 일정 정도 "속죄"와 관련된 내용을 품긴 하지만, 많은 지중해 지역 "비의종교" 혹은 미스테리아는 기독교 처럼 "속죄"를 강조하는 종교들이 아니었습니다.

http://kwangmin.blogspot.kr/2011/09/vs_7724.html 밑부분

'사실, 역사학자들은 ~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대목을 뒷받침하는 출처(서적, 논문 등)를 알려주세요.
남은 미트라교 문헌이 거의 없는 건 알지만, 해당 종교의 여러 버전을 구분할 방법도 제대로 정립이 안된건 몰랐거든요.
인터넷에 사실인 것 마냥 널리 퍼져 있는 것 치고는 그 기초부터 제대로 안 된 수준이라는 건 다소 충격적입니다.


[답]

저는 만프레드 클라우스의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https://www.amazon.com/Roman-Cult-Mithras-God-Mysteries/dp/0415929784

그리고 아래 논문들도 찾아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클라우스의 책으로도 충분합니다.

Richard L. Gordon, The date and significance of CIMRM 593 (British Museum, Townley Collection), Journal of Mithraic Studies vol. 2, 1978

Lewis M. Hopfe, "Archaeological indications on the origins of Roman Mithraism", in Lewis M. Hopfe (ed). Uncovering ancient stones: essays in memory of H. Neil Richardson, Eisenbrauns (1994)

Roger Beck, "Merkelbach's Mithras", in: Phoenix 41 (1987) . JSTOR.

John R. Hinnells, "Reflections on the bull-slaying scene" in Mithraic Studies, vol. 2,


'현대 고고학은 로마식 미트라스교의 유물들은 모두 서기 1세기 중/후반 이후의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이건 아예 처음 들어보는 사실이라 자세하게 알려주실 수 있나요? 참고하신 문헌을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쿠몬의 가설이 사후 격렬하게 비판받았다는 부분 역시도요.


[답]

미트라스교가  조로아스터교/마즈다교 분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 쿠몬은 조로아스터교에서 최초의 인간 가요마트와 황소의 죽음 이야기와 미트라스-솔의 연회가 관련되었다고 보았습니다만,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 측 자료에는 미트라스교의 황소살해 모티프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1990년대까지 발굴된 미트라스 유물과 예배소 가운데 1세기 말 이전으로 소급되는 것은 없으며, 예배소들은 주로 1세기 말에서 2세기 초반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1971년 제1차 국제 학술대회에서 존 힌넬스와 리처드 고든, 로저 벡 등이 제출한 논문에서 쿠몬의 "미트라스교 페르시아 기원설"을 거의 완전히 반박하고 기각했으며, 특히 고든은 쿠몬이 원 자료를 왜곡해서 해석했다고 비판하면서 미트라스교의 서방에서 창시된 거의 완전히 새로운 종교라고 결론지었습니다. 1975년 쿠몬의 제자 Vermaseren도 스승의 견해를 공식으로 기각하게 되죠.

아울러 고고학자 루이스 M 호프는 미트라스교 예배소들 유적들은 로마를 중심으로 밀집하며, 시리아 지역에는 3개만 발견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미트라스교가 그쪽에서 왔다면 그 반대가 되어야 하겠죠. 그래서 현재 설명은 미트라스교는 아마 "로마에서 창설"되었고, 군인들과 상인들을 따라 제국 동부로 "이식"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주인장님의 말을 못 믿겠다는게 아니라, 확실하지 않으면 계속 머릿속에 의문이 떠오르는 성격이라서 그래요.
무례하게 느껴지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답변해 주신 덕분에 어느 정도 머리가 정리 되었기에 감사드려요.
30일날 댓글을 달았지만, 몇시간만에 답변이 올 것이라 생각을 못해서 이제 들어왔는데 벌써 답변해 주셨군요.


[답]

위에 적은 내용도 좀 보강해서 블로그 글을 증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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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별의내공
아, 계속 블로그라 하시길래 네이버 백과인 걸 모르고 계신 줄 알았어요 ㅠㅠ

책과 논문을 포함한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꼭 전공자(전문가)처럼 상세하게 알고 계시는 거 같아요!
클라우스의 책에는 쿠몬 가설 반박이나 1세기 이전 미트라교 유물이 없다는 등의 내용도 나오나요?
제가 영어를 진짜 못하는 편이라 책 한 권도 번역기 등의 도움을 빌려 힘들게 읽어야 되거든요 ㅠㅠ
역시, 이런 건 한국어 번역이 나오지 않나봐요. 시대정신 같은 건 잘만 번역이 나오는데!

이전에 드린 두번쨰 링크에서는 '입문 의례'와 '속죄 의식'을 구분해서 말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 '속죄 의식'은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요. 손에 꿀울 붓는 의식도 결국 입문 의례에 속하는데 말이죠.
구분하지 않고 입문 의례로 말해도 됐을텐데 말이죠. 입문 의례 중 4단계가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건가.
아무튼, 미트라스/솔의 연회, 입문 의례, 그 외의 내용에도 '속죄'라고 할만한게 없으니 그냥 무시해야 되겠어요.

지금까지 계속 질문했는데, 상당히 귀찮거나 답답하셨죠? ㅠ 그래도 화내지 않고 답변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ps. 단순한 여담이지만, 조로아스터교의 가요마트와 황소 이야기가 미트라의 황소 살해가 관련이 없다면,
미트라는 왜 황소를 살해한 걸까요. 황소 불쌍해! 이건 그닥 중요한게 아니라 답변 안해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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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ch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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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책과 논문을 포함한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꼭 전공자(전문가)처럼 상세하게 알고 계시는 거 같아요!
클라우스의 책에는 쿠몬 가설 반박이나 1세기 이전 미트라교 유물이 없다는 등의 내용도 나오나요?


[답]

읽은 지 10년 이상 된 듯 한데, 제 기억엔 나옵니다. 그 책은 이미 1970년대에 이미 Cumont의 가설이 반박된 후 고고학적 증거를 더 취합한 후 나온 것입니다. AD 1/2세기 작가인 플루타르코스에 따르면 BC 65년에 소아시아 킬리키아 일대의 해적들이 미트라스 비의종교를 신앙했다고 진술하긴 하지만, 이 미트라스가 정확히 누구인지, 그 종교의 행태가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미트라스교, 즉 로마식 미트라스교의 유적은 AD 1세기 말 이전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건 이미 쿠몬 시대에도 알려져 있었고 1970년 이후엔 학계에서 완전히 확정되었습니다.



[질문]

역시, 이런 건 한국어 번역이 나오지 않나봐요. 시대정신 같은 건 잘만 번역이 나오는데!


[답]

아마 나와도 아무도 안 읽을 거에요. {시대정신} 따위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니까요.


[질문]

이전에 드린 두번쨰 링크에서는 '입문 의례'와 '속죄 의식'을 구분해서 말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 '속죄 의식'은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요. 손에 꿀울 붓는 의식도 결국 입문 의례에 속하는데 말이죠.
구분하지 않고 입문 의례로 말해도 됐을텐데 말이죠. 입문 의례 중 4단계가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건가.
아무튼, 미트라스/솔의 연회, 입문 의례, 그 외의 내용에도 '속죄'라고 할만한게 없으니 그냥 무시해야 되겠어요.


[답]

우선 "속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부터 따져야 합니다. 기독교식 "회개"는 "메타노이아 / μετάνοια", 즉 "(전적)전향"입니다. 과거의 잘못과 죄에서 돌이켜 전적이로 새 사람이 되기로 다짐하는 것이죠. 그리고 "세례/침례"를 받습니다. 이 침례는 "메타노이아"를 공적으로 드러내고 물로 씻는 상징적 행위와 더불어 "(죄를 대신 진)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가 물에서 올라올 때 새 피조물로 "함께 부활"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물을 뿌리는 세례방식으로 씻고 정화하는 의미는 부여할 수 있어도, 함께 부활하는 것을 상징하기는 좀 부족하죠) 고대 기독교는 입교 단계에서 이 회개/메타노이아를 철저하게 검증한 후, 그 다음에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세례받은 후 다시 중죄를 지으면 구원을 잃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죠.

거의 모든 종교가 "회개", "참회"를 가르치고 유사한 "정화"행위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과 기독교의 "세례"와 같이 놓고 보긴 좀 어렵습니다. 미트라스교의 입문의식은 각 7단계마다 있고 각 단계마다의 비밀교리가 가르쳐집니다. 기독교의 입문은 1번이고, 세례도 한번이며, 교의는 모두 공개적입니다. 이런 차이는 무시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물론 고대 기록에 따르면 미트라스교도 각 입문 적 엄격한 검증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미트라스교의 입문은 참회를 수반할 필요가 없습니다.)



[질문]

ps. 단순한 여담이지만, 조로아스터교의 가요마트와 황소 이야기가 미트라의 황소 살해가 관련이 없다면,
미트라는 왜 황소를 살해한 걸까요. 황소 불쌍해! 이건 그닥 중요한게 아니라 답변 안해주셔도 됩니다.


[답]

엄밀히 말하면, 미트라스교의 "황소살해" 모티프는 미트라스교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축입니다. "매우" 중요한 핵심교리인 것이죠.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미트라스 예배소는 모두 이 황소살해 도상을 부조, 조각, 프레스코 벽화 등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조로아스터교의 악마/아리만에 의한 "가요마트-황소살해" 모티프를 미트라스교의 "황소살해"의 원형으로 보았던 쿠몬의 가설은 거의 70년 간 학계를 지배했다가 1970년대가 되어서야 거의 완전히 기각되었고, 미트라스교의 진앙지도 페르시아가 아닌 로마로 재조정되었습니다. 그러자 미트라스 학계는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게 되었죠. 미트라스교 연구의 핵심 중의 핵심인 "황소살해" 모티프의 의미가 완전히 허공에 떠버렸으니까요.

1970년 대 이후 차세대 연구자들은 이 도상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 여러 가설들을 세웠는데, 그 중에서 가장 타당하게 여겨진 가설은 이 "황소살해" 도상을 "우주론" 적으로 풀이하는 것입니다. 데이빗 울란시 David Ulansey가 이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연구자인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설이기도 합니다.

책: https://www.amazon.com/Origins-Mithraic-Mysteries-Cosmology-Salvation/dp/0195067886

그는 "황소살해" 도상에는 미트라스와 황소 뿐 아니라, 개-뱀-까마귀-전갈이 거의 늘 함께 등장하는 것에 주목했고, 이것들이 BC 2000년 무렵의 천체도라는 점을 증명하려고 했습니다.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에 BC 4000-2000 무렵에는 태양 (미트라스)은 춘분 때 황소자리 (황소)에 머물며 이동하다가 BC 2000년 무렵부터 천체도상에서 산양자리로 진입합니다 (황소의 죽음) 그리고 그때는 천구적도 상에 개자리-바다뱀자리-까마귀자리-전갈자리가 함께 놓이게 됩니다. 태양이 황소자리를 끝내고 새 시대로 진입할 때, 즉 새로운 신 미트라스가 황소를 죽일 때 개-뱀-까마귀-전갈이 황소를 협공한다는 뜻이라는 것이죠. 울란시는 이것을 새 신이 새 시대를 지배한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아울러 그는 이 천체도는 아마도 BC 1세기에 킬리키아의 스토아 철학자가 만들었으며, 이때 미트라스는 위장된 "페르세오스"일 것으로 봅니다. 사실 미트라스교 입문자였던 신 플라톤주의 철학자 포르피리우스도 미트라스 도상을 "우주의 이미지"라고 불렀고, 또 미트라스 예배소의 벽면은 아주 다양한 천체들로 장식되어 있기도 합니다. 즉, 미트라스 예배소는 그 자체가 하나의 소우주 였다는 뜻이죠.

이게 정말 "황소살해" 도상의 의미일까요?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죠.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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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문이 전부 풀렸어요!

별의내공
자세하고 상세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쯤 농담으로 말한 것도 제대로 알려주셔서 더욱 그렇습니다.
며칠 동안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덕분에 의문이 말끔하게 해소되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